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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오데이 2019년 11월호
기다림
선교와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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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만호 에단 기자 소속 성공회 노원나눔의집
작성일 2019.11.04 09:59 조회 629회 댓글 0건

본문

우리는 기다린다. 사람을 기다리고 때를 기다리고 하느님을 기다린다.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를 기다리듯 수동적이고 지루한 기다림이 있지만 그와는 다른 적극적이고 생동감 있는 기다림이 있다. 연인을 기다릴 때 가슴은 쿵쿵쿵 뛴다. 휴가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설렌다. 하느님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간절히 기도한다.

이 기다림을 잊고 우리는 살아간다.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무언가를 계속 채우려 한다. 스마트폰을 켜 뉴스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눈을 감지 못한다. 아니 제대로 눈을 뜨고 있지 못한다.

기다림은 채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을지라도 괜찮다. 내가 정말로 기다리고 있다면, 내가 참으로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면, 기다림 자체가 그 비어 있음으로 우리를 빚어낸다. 그 비어 있음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빔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득 찬, 무엇보다도 충만한 비어 있음이다.

그렇게 비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사람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기다림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태도 중 하나다.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성숙하고 변화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기다릴 줄 알 때 우리의 일상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리는 즉각적인 답과 만족을 원하지만 그렇게 채워지는 것은 우리에게 참 기쁨을 가져오지 않는다. 삶에 대한 우리의 물음은 바로 답해질 수 없다. 그것은 오랜 기다림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될 뿐이다.

숫자를 채우고 숫자를 늘리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은 크다. 그러나 우리 뜻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물기를 기다려야 한다. 속이 꽉 찰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하나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하느님은 숫자로 평가하지 않으실 것이다. 당신이 그 사람을 참으로 기다렸는지, 오래 침묵하시는 하느님을 꾸준히 열렬한 마음으로 기다렸는지를 보실 것이다.

기다림 없이 이룰 수 없다. 기다림 없이 이루어진 것은 금방 날아갈 것이다. 기다림 속에 이루어진 것은 오래 함께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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