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오데이 2020년 2월호
FX가 한국교회에 왜 필요한가? - 신학적 관점
교회, 새로운 표현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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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석 신부는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 주임교수이다.
FX라는 것은 선교형 교회론의 실질적 표현입니다. 선교형 교회론은 교회형 선교론에 대한 반대 개념입니다. 교회가 주도해왔던 선교 개념을 바꾸자는 얘기죠. 그런 의미에서 FX는 근본적으로 교회개척 모델인 동시에 교회개혁 모델입니다. 선교적 교회론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 교회의 위기 중에서도 교회형 선교론이 가장 큰 위기라고 보입니다. ‘정상적인 선교 심장이 죽어가고 있다, 교회의 본성인 선교가 왜곡되어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선교형 교회론에 대해, 새로운 교회의 표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교회형 선교론과 선교형 교회론의 차이가 무엇인가, 교회형 선교에서 선교형 교회로 나아간다는 것은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교회론, 선교론, 리더십, 이렇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로, 교회론적 측면에서 봅시다. 교회가 선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선교를 통해 교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입니다. 교회를 선교로부터 분리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교회의 선교적 본성을 명확히 하자는 겁니다. 무조건적인 선교 예찬은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형 선교를 잘하는 교회가 선교에 투자를 더 많이 하고 있어요. 해외 선교, 지역사회 선교에 돈을 얼마나 많이 씁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선교형 교회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교회들에게 있어 선교는 돈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일 뿐이고 교회 자체의 본성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작은 교회가 선교를 하는 경우는 무조건 선교형 교회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하는 일이 대형교회랑 똑같으면 선교형 교회가 아닙니다. 작은 교회가 교회형 선교를 하는 것이죠.
교회형 선교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멤버십 형태의 조직이고 또 하나는 건물 위주의 정체성입니다. 우선 멤버십 형태에 대해 얘기해보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같은 데서 한 연구를 보면 한국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기성 제도와 질서를 유지하는 데 최고 공헌자가 바로 교회라고 합니다. 회원제 중심의 교회에서 제자 중심의 교회로 바꿔야 된다고 하는 것이 교회론적 변화를 추구하는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교회라는 건물, 공간에 소속된 정체성을 최대한 강조하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이것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느님의 선교현장과 만나는 그 접점 위에서 교회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 선교론적 측면에서의 변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얘기하겠습니다. 우선, 선교형 교회나 FX나 모두 하느님의 선교Mission of God에 입각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선교가 왜곡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신학적으로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선교와 구원사가 결합해서 창조를 배제하고 하느님의 선교의 유일한 대리자로 기성 제도교회를 만들어버림으로써 하느님의 선교의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기성 제도교회 신학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교가 자기 제도를 위한 보호 장치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하느님의 선교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교회가 없어지는 쪽을 택하더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교와 교회, 세계와의 관계를 균형 있게 가져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것을 가장 균형적으로 건강하게 가져가자는 게 선교형 교회나 FX 선교신학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선교형 교회나 FX를 새로운 것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사실은 우리가 그 전에도 해왔던 일이고, 우리에게도 모델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교회 밖의 하느님의 부름을 민감하게 듣고 그 현장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싶어서 뛰었던 예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 예들을 다 무시하고 갑자기 선교형 교회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것은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 선교를 포함한 여러 사례나 상황에서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교회론적인 이해를 담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간과하고 기성 교회의 사례나 상황에 대한 이해를 그대로 가져와서 선교형 교회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선교형 교회론이 아니고 교회형 선교론에 먹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리더십에 대한 얘기입니다. 선교형 교회론에서는 선교를 책임이나 부담이나 의무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선교는 한 사람, 한 사람, 존재론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교회와 선교와 신자 개인의 삶의 변화가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신자 자신의 삶의 변화와 교회의 변화가 하나로 통일되기를 원하는 거예요. 선교사나 사역자는 ‘인간 실존의 경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라고 표현합니다. 교회에는 성직자가 있고 평신도 지도자, 그다음 사회적 명망가, 그리고 일반 신자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교회 모델은 성직자를 맨 앞에 세우고 전체가 이 사람을 밀고 나가는 방식입니다. 선교형 교회론은 이걸 뒤집자는 겁니다. 사역자, 즉 교회의 사역직과 사제직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평신도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 사람들이 앞서고 성직자, 평신도 지도자, 명망가가 전부 다 이 사람들을 앞으로 밀어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교회 안의 구성원이 되는 방식으로 교육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계 지역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진짜로 중요합니다. 경계 지역에 서 있다는 것은 자기를 열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정체성에 구멍이 뚫려서 타자로부터 오는 도전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면서 자기가 경계를 넘어서 나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주체, 그런 인격을 말합니다. 예일대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는 이것을 ‘가톨릭적 퍼스널리티’라고 말합니다. ‘이 세상 모든 곳에 하느님의 사랑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이미 미치고 있다. 그들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선교를 해야 된다. 지금은 못 만날 것처럼 보이고 지금은 완전히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의 이면을 넘어 들어가면 하느님을 향한 공통된 지향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얘기입니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는 생각입니다. 또한 한 인간이 자기 성취를 하고 실현하는, 한 신자가 자기 성취를 하고 실현하는 방식에 대한 재구성입니다. 이러한 이해를 목회자들은 대단히 중요하게 다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선교형 교회와 FX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영국성공회 안에서 엄청난 비판과 회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동질성 단위의 원칙homogeneity principle of unit’이라는 것인데, 같은 사람들한테 간다는 뜻으로, 소비자본주의와의 결합이라는 측면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는 겁니다. 또 하나는 지나간 왕국의 꿈을 되살리려 한다는 비판입니다. 영국 같은 경우는 대표적으로 다시 옛날의 그 화려했던 왕국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꿈을 방조하고 있는 게 바로 FX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겁니다. 이런 비판들은 우리한테는 적용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비판들에 세심하게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FX란 그 안에 대안문화적인 의도가 분명히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교회 전도구가 아닌 땅이 한 평도 없는 나라입니다. FX와 기성 교회 간 관계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대단히 상호의존적이에요. 그런데 한국은 경우가 다릅니다. 기성 교회의 혁신을 위한 모델로서 FX나 선교형 교회가 작동하지 않으면 이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서로 힘을 빼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긴밀하게 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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