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오데이 2021년 봄호
언택트 뉴노멀의 시대에 누리는 주님의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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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의 한가운데서, 작년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맞이했던 사 순절이 떠오릅니다. 만남(심방)과 모임(소그룹 활동)이 일상이고 대 면이 강조되는 교회 활동(대면예배)이 정지된 상황에서 아내와 단 둘이 재축복예식을 갖고 서로에게 재를 발라 주며 시작한 2020년 사순절, 스스로 코로나 피정이라고 명명하며 보냈던 시간이었습니 다. 아침에 출근해 성당에서 홀로 기도하고, 혼밥을 먹고, 예수기도 를 드리면서 성당 주변의 산과 길을 걸었던, 홀로 주님과 함께 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새로운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혼란스 러웠던 시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님과 더 깊은 교제를 누렸던 은 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점차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설펐던 영상예배 를 정비하고, 온라인으로 기도회나 성경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소위 언택트 뉴노멀이 나의 일상이 되어 갔습니다. 이제는 아주 루틴한 일상이 정착되어 나름 안정되게 사목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매주 간 반복되는 일상이 이렇습니다.
월요일은 휴일로 쉼을 갖습니다. 주일예배가 온라인을 통해 고스 란히 공개 되니, 그 준비에 신경이 쓰여 토요일과 일요일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그러니 월요일에 쉼을 가져주지 않으면 지친 몸 으로 주간을 살게 되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걷 고 독서 및 성서통독을 하고 저녁에 격주로 있는 독서모임을 하며 휴일을 보냅니다. 한동안 늦은 밤에 방영된 싱어게인을 보는 게 낙 이기도 했습니다.
화요일에는 주보를 제작해서 교회 어르신들과 공동체 경계선이나 밖에 있는 분(냉담자 전도대상자)들에게 발송합니다. 물론 전화나 문자로 접촉을 시도하지만, 주보라는 문서가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 가는 끈과 같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월1회는 월간으로 나오는 성공 회신문을 주보와 함께 보내며 손글씨로 안부를 여쭙는 편지를 동봉 합니다. 어르신 교우들은 이런 접촉에도 고마워하시고 공동체를 향 한 깊은 애정을 정성스러운 헌금으로 표현해 주십니다.
수요일에는 오전에 온라인으로 일대일 양육을 합니다. 오후에는 기타 행정을 합니다. 저녁에 온라인으로 수요기도회를 드리고 교구 가 진행하는 성서통독365 나눔 모임을 갖습니다. 제가 부임했을 때 는 평일 예배가 없었습니다. 평일에 성당에 모여 예배드리는게 여의 치 않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수요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지역을 달리하며 가정에서 모이는 예배를 드려보기도 하고 성당에서 소수 가 모여 예배를 드려오기도 했는데, 작년 말부터는 온라인으로 수요 예배를 드리는데, 평소 보다 많은 교우들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목요일은 자발적 주5일제 휴일로 온라인으로 여러 모임들을 갖습 니다. 교무구 성직자 월례모임(월1회), 설교준비모임(격주), 2개의 독서모임(월1회)를 합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주일 설교 묵상을 하고 개인적으로 부족한 내용을 온라인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금요일은 오전에 온라인으로 금요기도회를 갖습니다. 점심 전까 지 주일 설교문 초고를 쓰고, 오후에 일대일 제자훈련을 합니다. 이 만남이 유일하게 성당에서 마스크 쓰고 멀리 떨어져 앉아 대면을 하 는 양육입니다. 퇴근 후에는 온라인으로 일대일 제자훈련을 진행합 니다.
토요일은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요일입니다. 성당 청소 하러 오시는 교우들과 함께 쓸고 닦고 함께 낮기도를 드리는 것 외 에는 아무 일정이 없이 설교문을 쓰고 주일예배 준비하는 시간을 갖 습니다.
드디어 주일! 한 동안은 영상예배 봉사자들하고만 예배드렸었는 데, 요즘은 방역지침이 허락되는 인원만큼만 보고 싶은 교우들이 오 시어 함께 예배드립니다. 이만 만해도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예 배 후 교우들이 집으로 돌아가시면 온라인으로 견진교리반을 진행 하고 다음 주일 주보를 작성하고 퇴근합니다.
요즘은 성주간이어서, 매일 저녁에 온라인으로 기도회가 진행됩 니다. 더 많은 교우들이 주간에 한번이라도 같이 기도하게 하고자, 요일마다 단체별로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화요일 저녁 9시에는 여 성2,3모임이, 화요일 밤 10시30분에는 청년들이, 수요일 저녁에는 기존의 수요예배로, 목요일 밤 10시에는 남성2, 여성4모임이, 금요 일 오전에는 여성1모임이, 금요일 저녁 8시30분에는 남성1모임이 참여하는 예배를 드립니다.
기존의 일상에 사순절매일기도회가 더해져서, 코로나 이전보다 더 꽉 찬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남과 모임이어서 대면보다 훨씬 더한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지루하고 지칠 수 있는 일상을 감당케 하는 힘은 역 시 기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벽기도를 드리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곧 개인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습니다. 20분 향심기도를 드리고 종이 울리면 당일 성서정과 말씀을 묵상한 후 주의기도로 중 보기도를 드립니다. 기도 후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식사 후 성당에 출근합니다. 점심 혼밥 후에는 거의 매일 성당 주변을 30분 정도 산 책합니다. 살렘영성훈련원에서 배운 걷기기도의 시간입니다. 저녁 에는 사순절 매일기도회를 하니, 하루 3번의 기도를 드리게 되는 것 이지요. 얼마나 큰 은총인지요!
이렇게 저의 일상을 살펴보니, 언택트 뉴노멀 시대에도 주님의 은 총은 가득합니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허락하시어 예배와 기도를 풍성하게 해 주셨고 양육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 셨습니다. 성당의 현장 대면예배를 사모하는 가운데 드리는 영상예 배를 드리는 예배자로 살게 하셨습니다. 특별히 주간에는 기도서의 성무일도 양식으로 예배(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밤기도)를 드리 면서, 교우들이 우리 교회의 풍성한 예배 자산을 경험하고 누리게 하셨습니다.
백신이 보급되고 있어 금년 말이면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연말까지는 지금처럼, 언택트 뉴노멀을 살아가야 한다 는 것입니다. 아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위드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이 노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 시대 한 가운데서 살아가는 일상영성이 소중합니다. 매일매일 기도와 묵상으로, 온라 인을 통한 교제와 만남으로 주님의 은총을 풍성하게 누리는 저와 우 리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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