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오데이 2021년 봄호
사순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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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그리스도교인이 되고 처음으로 예기치 못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주일 교회 감사성찬례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잠깐 비상 상황이 지나면 곧 일상으로 복귀하리 라 생각했건만, 어느새 1년이 지나고 지금으로서는 언제 현장 성찬 례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아니 과연 과거의 일상으로 복귀가 가 능한 것인지? 거듭 되묻게 된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은 지구 촌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불평등한 사회현 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기후 환경위기로 지구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비대면 사회라는 새로운 질서에서도 사순절은 어김없이 시작되었 다. 지난 대림절부터 서울교구의 일년 성서통독 프로그램에 참여하 면서 명색이 그리스도교 신자라고 하면서 성경 전부를 한번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송구스러웠는데, 이번에 도전한 것이다. 이른 오전 일정이 없는 한 기상하면 먼저 그날의 성경 말씀을 듣는다. 내친김 에 사순절에는 비아의 사순절기와 부활절기를 위한 기도노트 ‘주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일기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기원전 10세기도 더 지난 먼 옛날 히브리민족의 역사와 사건을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2천년전 히브리 청년 예수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보여주는 바는 무엇이고 나의 인생에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 는 것일까?
되돌아보면 청년시절에는 중년이 되면 삶의 경험이 축적되어서 인생에 대해서도 더 깊게 성찰하게 되고, 세상일에도 더 여유와 관 용의 자세를 가지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중년이 되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 현실의 삶에 만족하고 이웃과 나누는 일 보다는, 여 전히 현실 욕망의 그물에서 허덕거리고 있다. 언제쯤 ‘언제나 범사 에 감사하는’ 하느님나라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을까? 모든 일을 과 학과 이성의 잣대로 판단하는 일, 매사 경제적 가치 잣대로 이루어 지는 세상 일에 물들어서 하늘나라를 상상하는 제자에게만 허락된 신의 신비로운 개입에 대한 믿음조차 잃어 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이 허락한 지상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욕망과의 전투 는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회심을 위한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간 구하는 기도를 멈추지 않아야 하리라 다짐해본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점은 브랜든 선교연구소를 통해 예수님 제 자로서 합당한 삶을 찾아가는데 최소한의 여지를 제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부터 격주 단위로 연구분과 스터디 모임이 열리고 있 다. 첫 번째 교제로 에버리 덜레스 ‘교회의 모델’을 함께 읽고 토의 하였다. 가톨릭 관점의 글이지만, 오늘날 교회 활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제도, 신비적 교제, 성례전, 말씀 메신저, 서번 트 역할 등 어느 하나도 교회가 놓쳐서는 안 되는 미션이라 생각한 다. 한 몸의 다른 지체처럼,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는 교회들이 힘을 합쳐서 하느님의 나라를 현실에 구현하리라 믿는다. 스터디 모임을 통해 무엇보다 평신도는 물론이고 신부님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선교와 제자다움 등 교회 전반에 대한 성직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 을 수 있어서 그리스도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여전히 많은 것이 불투명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지만, 바울 성인도 현실세계에서 하늘나라는 희미하게 보일 뿐이라고 고 백한 것을 위안삼아서 인생 순례길을 한 걸음씩 걸어갈 것이다. 스 터디 모임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리스도교 제자 로서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에 조금이라도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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