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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오데이 2021년 봄호
마을 주민들의 소명을 일깨우는 턱거리마을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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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호 기자 소속 동두천교회
작성일 2021.04.07 21:25 조회 15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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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에 동두천 턱거리마을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턱거리마을은 동두천 변두리에 위치해 있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지역이었습니다. 동두천사람들은 동두 천에서 가장 낙후된 곳을 뽑아보라고 요청받으면 단연코 턱거리마 을을 지목하곤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형성된 마 을이었는데, 5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기지촌으로 큰 명성을 날리던 곳이었지요. 그러나 미군 대부분이 평택으로 이동하고 잔류 병력이 급감하면서 마을은 기지촌으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하게 되었 지요.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떠나고 떠날 수 없는 노인층과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만 남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두천에서 가장 어려운 마을이라는 평을 받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턱거리마을에 나눔의집이 들어서게 됩니다. 2003년 교회로 개척되 었는데, 마을의 특성상 나눔의집이 맞겠다는 판단으로 2007년에 동 두천교회에서 동두천나눔의집으로 바뀌게 됩니다.

생존의 길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마을이 되었기에 다소 젊다 는 주민들은 생계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 면 작은 보상이라도 받아 떠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지요. 반면 그러한 고민도 할 수 없는 어르신들은 과거의 향수만 되뇌이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마을에서는 완강 히 거부되었던 혐오시설들이 마을에 세워지게 됩니다. 그런 시설이 라도 있으면 생계를 위한 수입에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 대가 작동됐기 때문이죠.

2014년 나눔의집에 부임하여 턱거리마을을 마주했을 때, 당시 주 민들은 사분오열된 상태였습니다. 마을에 발전소가 세워지고 보상 금 문제로 분열돼 큰 갈등을 겪고 있었지요. 꽤 큰돈이 마을발전기 금으로 들어왔지만 운영할 능력이 부족하고 민주적인 의사수렴이 부족하여 몇 년 안에 큰 기금은 공중분해 돼 버리고 맙니다. 이러한 마을의 상황을 지켜보던 나눔의집이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고민들 가운데 하나가 ‘어떻게 하면 떠나가 는 마을이 아닌 다시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 수 있을까? 자라나는 아 이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러한 고민을 나눔의집 식구들이 한데 뭉쳐 나누 고 그 답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만 7년 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마을주민들은 나눔의집이 제안하고 추진해 온 활동들을 조 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눔의집이 마을을 살려내는 일에 애를 쓴다는 칭찬도 듣게 되었습니다. 나눔의집이 지향하는 마을의 미래는 자립과 자활의 가능성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보자는 것 이었죠. 마을의 태생이 미군에 기생하여 형성됐고 그 이후에도 기생 할 수 있는 또다른 숙주를 찾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러한 방향이 아닌 턱거리마을에 부여된 소명을 찾자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 명을 70년의 기지촌의 역사와 문화에서 찾고자 하였습니다.

턱거리마을 주민들이 경험한 기지촌 70년의 역사를 소중한 자산 으로 삼아 자립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난 과거에 대한 재해석이 필 요했습니다. 그동안 기지촌의 역사는 숨기고 싶고 서둘러 잊고 싶은 기억들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살아온 이들부터 턱거리마을의 삶의 역 사를 지켜본 이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동일한 입장이었습니다. 안 보의 희생을 대가로 보상받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 자신들의 경 험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있어 얼마나 소중한 경험적 자산이 되 는지를 수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입장과 태도부터 바꿔야 했습니다. 자신들의 어둠까지도 재조명해야 자신들에게 부여 된 시대적 소명을 깨닫고 용기가 더해져 미래세대의 유산으로 이어 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활동 과 시도를 통해 주민들과 관계맺기를 시작하고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을방송국입니다. 지난해 코로나 상황으 로 주민들과의 대면접촉이 점점 어려워졌고 이를 대신할 방편을 찾 던 중 비대면 상황에서도 주민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내고 이웃 과 나누는 공간으로서 방송국을 떠올리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단파 라디오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방송국을 생각했는데, 기반 시설을 갖추는데 매우 큰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유투브 를 이용하는 방송국을 지난 2월에 개국하게 되었지요.

마을에 산다고 주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의 자의식을 갖추 고 역할을 부여받아야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민의 자의식 이란 마을이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가 명확하고 그것을 수용할 때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마을방송국을 통해 마을의 가치가 만들 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함께 바라볼 주민들이 모 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한 편의 영상물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하네요. 제 역할은 함께하는 분들이 지치지 않도록 돌보고 격려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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